연구실에서 나는 그래도 비교적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나름 그 사람의 입장에서 고민해보기도 하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도 얘기해주고 그런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조금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항상 그런 틈바구니에 나라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주목받는 걸 내심 좋아라 하기에 어떤 다른 의도가 깔려있기도 했던 것 같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면 좋겠지만, 꼭 내가 이만큼 공감도 잘한다 하는 어떤 이미지를 얻고 싶다고 해야하나. 그런 의미로는 좀 불순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러다보니 두 가지가 서로 상충할 때가 있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더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부자연스러움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을 대하게 되는데, 얘들은 기본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가 우리와는 다른 생명체다 보니 나의 저런 이유로 인해 고양이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교감을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고양이들의 마음을 얻는 게 참 어렵더라. 기-승-전-팔불출 아내자랑으로 맺어지게 되는데, 고양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이 사람은 역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나같이 겉으로만 흉내내는 사람은 닿을 수 없는 경지랄까. 특히 더 섬세한 둘째 고양이 우리집 막내 후추에게 마음을 얻는 걸 보면 대단하고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부러움을 느낀다는 것도 내 의도의 불순함을 반증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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