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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으로 보낸 첫 12분의 1년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지난 번에도 슬쩍 이야기했지만 작년 언젠가부터 스물여섯과 스물일곱이 주는 무게감이 너무 다르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리하면 더이상 응석부려선 안되는 느낌,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좀 더 아이 티를 벗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고, 주도적으로 나를 가꿀 수 있는 성인의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느낌이었다. 시험이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미룬 것부터 해치우기에도 빡빡한 아니 솔직히 늦은 시점의 기분. 어찌보면 젊고 건강하다는 의미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다고 기억될 이십대의 후반으로 접어드는데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삼십대로 접어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일곱의 첫 12분의 1년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규칙적인 생활이라는 점에서 자기관리를 잘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일등 공신은 수영이었다. 작년 마지막 두달은 새벽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막판에는 아무리 피곤하고 그래서 일찍 누워도 기본이 세네시에 잠들고 또 일어나서 하루종일 피곤하고 밤에는 또 못자고. 월-금 아침 8-9시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영을 등록했는데, 솔직히 학부나 대학원 수업도 일주일에 두번 9시에 하는데 전출은 커녕 이따금 빼먹기 일쑤였는데 수영은 하루를 빼먹고 모두 나갔다. 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다 수영 덕분에 하루의 피로도 적절해서 밤에 적당한 시간에 취침을 할 수 있었다. 또 하루를 사는 즐거움이 하나 생긴 것도 정말 좋았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다가 튀어나왔는데, 솔직히 하루하루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는데 그나마 수영 하나가 재밌다고. 그래서 하루 중에서 제일 재밌는 일이 수영이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좀 부정적인 이야기긴 했지만 여튼 일상에서 꽤나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여기가 나를 하나하나 가꾸어나가기 시작하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별로였다고 생각하는 점 한가지는 우울해하는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것. 이건 나중에 좀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울해하고 그로 인해서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일이 너무 잦아졌다. 의욕이 없거나 집중이 안되는 날도 많고 대책없이 무기력한 날도 늘었다. 그래서 생활이 전체적으로 틀어지지는 않을까 불안하다는 느낌도 종종 받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트위터에 심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너무 늘어난 것 같다. 이건 2월에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으로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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