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없는 이야기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그냥 요즘 하는 생각을 정리해보면, 나는 뭐랄까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막내라거나 공부 잘하는 아이라거나 여튼 그런 이유로 뭔가 돋보이고 예쁨 받는 사람이라는 점이 자아 형성에 한 몫을 한 거 같다. 고등학교때는 그게 긍정적인 의미로 작용했고, 학부때는 학점은 그냥저냥했지만 프로젝트 같은 거 하면 비교적 두뇌회전이 빠른편이라고 자위하고 동아리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꾼 거 같고. 대학원 초기까지는 어째저째 넘어왔지만 이걸 토대로 만들어진 자아가 본격적으로 한계에 부딪힌게 대학원 중반부터인 거 같고. 내가 그런 포지션에 위치하지 못한다는게 어떤 욕구불만으로 작용했던 거 같기도 하다.
작년의 수영이나 올해의 배드민턴이 운동 자체에서 삶의 의욕을 찾은 것도 없진 않지만, 그거 말고도 새로운 걸 배우면서 내가 남들보다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하고 같은 시간에 더 앞서 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자기만족을 준 거 같기도 하다. 예전부터 나는 승부욕, 그러니까 내가 누구를 꺾고 이긴다에 대한 욕심은 거의 없는 편이고, 누구와 대결해서 지는 것도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데,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로 남들보다 뒤쳐지는 느낌? 그런 걸 정말 싫어러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게 딱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여튼 내 자존감은 2014년을 전후로 바닥을 쳤고 2014년~2015년을 지나면서 그나마 반등을 하기 시작한 거 같은데, 그 밑에는 앞서 말한 새로 배웠던 운동에서 온 것들, 그리고 내가 하는 연구로 국제학회지만 논문 두 개를 냈다는 점에서 무너졌던 자존감을 스스로 좀 회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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