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Enter" to skip to content

Category: articles

단편

편의점에서 파는 투명 장우산이 좋다. 튼튼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아침에 수영 갔다가 나오니 비가 오길래 편의점에서 투명 장우산을 하나 사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오래 썼으면 좋겠어.

오전에 연구실에 사람이 없어서 스피커 틀어놓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리뷰 논문을 읽었다. 화나는 일이 있어서 트위터에 뿜어내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섣불리 감정을 토로하지 않았고, 선배에게 마침 신입생들 앞에서 따끔하게 한마디를 놓았다.

열두 시에 연구실에서 나오는데 새벽 두 시처럼 느껴지는 것이 뿌듯했다. 새해 들어 대체로 생활 패턴이 07:30 일어나서 ~09:00 수영하고 ~09:30 아침 먹고 ~10:00 연구실 가서 요즘은 22:00~24:00 내려와서 24:00~02:00 잠에 든다. 가끔 밤에 달리기도 하고 방에서 스쾃도 하고 책도 읽거나 노래도 듣고. 그래서 지금 기분 좋게 피곤한 느낌이 좋다.

들어오는 길의 밤 공기가 좋았다. 춥지도 덥지도 않게 선선해서 발걸음도 사뿐사뿐. 아이팟 음량을 한껏 키우니 헤드폰이 쩌렁쩌렁 울렸다. 밤 공기랑 매일 보는 퇴근 풍경과 하루에 한 번은 꼭 듣는 퇴근길 재생 목록. 특히 요즘은 전기뱀장어의 ‘거친 참치들’을 빼놓지 않고 듣는데 언젠가 전뱀 공연가서 저 노래에 맞춰 방방 뛰는 상상을 했다.

하루 종일 괜히 먹고 싶었던 요플레 딸기맛을 사러 매점에 갔더니 하나에 800원 하더라. 당연히 천원은 넘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두 개를 샀다.

오늘은 기분이 좋다. 다음 주에는 접영을 배울 거야.

articles

오르락 내리락

외장형 긍정 저장매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아침부터 이유없이 기분이 방방 뜨는 날이면 며칠 후에 또 이유없이 바닥을 치는 모습 눈에 선한데, 이런 날에 넘치는 긍정긍정을 따로 저장해뒀다가 침전하는 날 꺼내다 메꾸고 싶다.

articles

김연아

끝난 경기와 판정을 뒤집을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여왕의 마지막 올림픽을 장식한 은메달에, 국적을 가리지 않고 터져나오는 개탄이 충분한 여운을 주며 빛나는 것 같다. 그렇게 내 생에 하나의 전설을 목격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 벅차다.

articlesasides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유느님이 무도에서 했던 말 중에 두 가지가 자꾸 떠오른다. 하나는 이 시간은 정말 우리에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라는 말. 다른 하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말.

요다는 어린 스카이워커에게 말했다.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아래에 한 지인께서 페이스북에 올리신 이야기를 옮겨본다.

어차피 인생이 긴데 젊을 때에 연습삼아 이것저것 대충 해보고 맞는 거 찾아 나이먹으면 실전으로 해볼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많은 젊음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는데. 최근 페북에서 문득 무당파국민연합인가 하는 당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전 국회의원 김옥선씨가 누군가 찾아봤더니, 19세 때 625 전쟁 고아들을 위한 보육원을 세워 운영하고 25세까지 중학교 고등학교를 각각 세워 26세일떄엔가는 벌써 이사장 자리에 앉았더란다. 물론 그런 사업을 위해 필요한 큰 돈이 접근 가능하다는 메리트도 가지고 있었겠지만 중요한 건 그런 일들이 그에게 그 당시에는 소명이며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가 대학에 가지 않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거다.

내 앞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연습’이라고, 실전이기엔 아직 어리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왜 나는 잘 하면 정말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는, 어쩌면 누군가는 그런 일들을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는 것들을 ‘연습 삼아’ ‘한번’ 해보는 상황에 맞부딪히게 되는가? 그걸 연습으로 생각하는 건 나인가 아니면 사회인가.

나는 왜 아직 실전에 발딛고 싶어하지 않는 것인가? 스물일곱이라는 내 나이가 사회에서 아직 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왜일까? 과연 몇 년이 지나야 그런 일들이 나에게 실전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일까?

(진달래님이 쓰신 글, 원본은 여기)

articles

506

나는 어떤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부정적이면 쉽게 대하지 못한다. 요즘 이게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또 이런 순간들이 매우 크게 나타나는 순간 혹은 아주 작지만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는 순간은 언제인가 생각하고 있다.

articles

27+1/12

스물일곱으로 보낸 첫 12분의 1년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지난 번에도 슬쩍 이야기했지만 작년 언젠가부터 스물여섯과 스물일곱이 주는 무게감이 너무 다르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리하면 더이상 응석부려선 안되는 느낌,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좀 더 아이 티를 벗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고, 주도적으로 나를 가꿀 수 있는 성인의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느낌이었다. 시험이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미룬 것부터 해치우기에도 빡빡한 아니 솔직히 늦은 시점의 기분. 어찌보면 젊고 건강하다는 의미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다고 기억될 이십대의 후반으로 접어드는데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삼십대로 접어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일곱의 첫 12분의 1년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규칙적인 생활이라는 점에서 자기관리를 잘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일등 공신은 수영이었다. 작년 마지막 두달은 새벽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막판에는 아무리 피곤하고 그래서 일찍 누워도 기본이 세네시에 잠들고 또 일어나서 하루종일 피곤하고 밤에는 또 못자고. 월-금 아침 8-9시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영을 등록했는데, 솔직히 학부나 대학원 수업도 일주일에 두번 9시에 하는데 전출은 커녕 이따금 빼먹기 일쑤였는데 수영은 하루를 빼먹고 모두 나갔다. 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다 수영 덕분에 하루의 피로도 적절해서 밤에 적당한 시간에 취침을 할 수 있었다. 또 하루를 사는 즐거움이 하나 생긴 것도 정말 좋았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다가 튀어나왔는데, 솔직히 하루하루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는데 그나마 수영 하나가 재밌다고. 그래서 하루 중에서 제일 재밌는 일이 수영이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좀 부정적인 이야기긴 했지만 여튼 일상에서 꽤나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여기가 나를 하나하나 가꾸어나가기 시작하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별로였다고 생각하는 점 한가지는 우울해하는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것. 이건 나중에 좀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울해하고 그로 인해서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일이 너무 잦아졌다. 의욕이 없거나 집중이 안되는 날도 많고 대책없이 무기력한 날도 늘었다. 그래서 생활이 전체적으로 틀어지지는 않을까 불안하다는 느낌도 종종 받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트위터에 심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너무 늘어난 것 같다. 이건 2월에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으로 삼기로 했다.

articles

오늘 하루

최근에 알게된 사람들이랑 어제는 가벼운 술과 수다를 떨다가 늦게 잠이 들었어요. 새해 들어서 매일 아침에 수영을 갔기 때문에 오늘은 모처럼 늦잠자려고 마음먹고 알람도 맞추지 않고 세시쯤 잤는데 한참 잤나 싶은 느낌으로 눈을 떴더니 여덟시 반이더라구요. 그래서 괜히 뿌듯한 마음도 들었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다시 더 잤습니다. 점심 먹고 오후에 자유 수영을 갔는데 초급, 중급반에서 사용하는 짧은 레인을 애기들이 점령해서 긴 레인에서 처음 수영을 했습니다. 상급반 레인이었지만 사람이 적어서 흐름에 방해만 되지 말자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그 틈에서 수월하게 했던 것 같아서 또 좋았습니다. 낮에 트윗에도 썼지만 “수영 낮에 한 건 처음이었는데 햇살이 천장에서 들어오니 수영장 바닥에 내 그림자가 비추는게 제법 기분이 좋더라”구요. 오후에는 연구실에 있다가 저녁에는 걸어서 휘적휘적 산책 나가서 스타벅스에서 비아도 새로 사오고 커피도 한잔했네요. 두시간쯤 산책하고 돌아와서 연구실에 앉아서 마녀사냥을 보고 지금은 방에 들어와서 무한도전을 보다가 찌롱이와 장윤주 커플 때문에 한창 달달해져 있습니다. 외롭네요?!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올해는 정말 좋은 나를 만나는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낮에 문득 들어서 트윗에 썼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서 누군가 별통에 담아주셔서 또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articles

배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과, 자기 생각에 상대를 배려한다고 하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후자는 그래도 마음 써준게 고맙기는 커녕 짜증날때도 많다.

articles

가끔보다는 더 자주 한다.

가끔은 못된 마음으로 저 사람이 안되길 바랄 때가 있다. 가끔이지만 대상이 매번 달라지는 순간적인 생각은 아니고. 그냥 이따금 같은 사람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도 나보면서 그런 생각 하겠지? 아니야 다른 사람이 나처럼 나쁘진 않겠지.

사실 착한 척 했는데, 가끔보다는 더 자주 한다.

articles

나에게 스물 일곱이 주는 느낌은

올 해 어느 무렵엔가 항상 좋아 보일 필요 없지 않냐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해서 그간 점점 막장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꽁꽁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스멀스멀 트위터에 나오기 시작하고 이제는 좀 겉잡을 수 없는 건 아닌가 싶은데.

그동안 외면하고 피하고 숨기는데 익숙했던 그런 부정적인 것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어떻게든 다뤄보도록 노력해서 좀 더 아이 티를 벗고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아직도 어린 막내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생각도 행동도. 알면서도 고치기가 어렵고 두렵고. 스스로도 온전히 서있을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자.

나에게 스물 일곱이 주는 느낌은 이런 것들.

articles